금융노조 총파업 돌입과 성과연봉제, 그리고 부당노동행위.금융노조 총파업 돌입과 성과연봉제, 그리고 부당노동행위.

Posted at 2016.09.23 01:20 | Posted in 사회 이야기


하루종일 인터넷에서는 은행파업,금융노조 총파업 돌입 이라는 단어가 실시간 검색어 상위를 오르내리며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습니다. 금융노조가 성과연봉제를 반대하여 9월23일 하루동안 총파업을 하고 서울의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를 위한 집회를 개최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금융노조 총파업 돌입은 정부가 그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성과연봉제를 반대하며 양대노총과 금융,공공노조가 연쇄총파업을 결의하였고 22일에는 공공노련이 서울역에서 4천명 규모의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었고 23일에는 금융노조가 그리고 27일에는 공공운수노조가 각각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일정에 따른 순차적 총파업의 하나입니다.


금융노조 총파업 돌입의 핵심 이슈는 바로 성과연봉제입니다. 성과연봉제는 직원들의 업무능력 및 성과를 등급별로 평가해 임금에 차등을 두는 제도입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에서는 오랜 관행으로 이른바 호봉제라는 임금형태가 대세를 이루었습니다. 즉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근무연수에 따라 직급과 임금이 인상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성과연봉제는 이러한 호봉제와 달리 임금을 근속연수와 직급의 기준이 아닌 한 해 개인별 성과에 따라 차등을 두어 연봉을 결정하겠다는 것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호경쟁을 통해 효율을 끌어내려는 취지로만 본다면 성과연봉제는 기존의 호봉제보다는 우수한 임금형태가 될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2016년 1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30개 공기업에 대해서는 2016년 6월까지, 90개 준정부기관에 대해서는 2016년 말까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라고 권고하고 있고 그 적용범위를 민간의 사기업에까지 확대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성과연봉제라는 제도자체가 가진 취지로만 보면 양대노총을 비롯한 노조에서 반대를 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 보면 성과연봉제가 근로자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먼저 성과연봉제는 전체 인건비는 늘리지 않는 대신 성과가 좋지 않은 근로자의 임금을 빼앗아 성과가 좋은 근로자에게 더 주겠다는 취지입니다.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 보면 그해 성과가 좋지 않았던 근로자는 최저임금 수준까지 임금이 삭감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그 성과를 등급으로 나누는 판단 기준이 과연 공정하고 객관적일 수 있을까 라는 의문도 들게 합니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성과측정 방법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성과연봉제라는 미명하에 사업주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근로자의 처지가 결정되는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성과연봉제를 위해 매겼던 등급의 순위가 회사가 조금 어렵거나 구조조정이 필요가 있을 때 곧바로 정리해고를 위한 자료로 활용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또다른 노동개혁이라는 업무성과에 의한 해고, 즉 지금의 근로기준법 보다 더 쉬워진 해고를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성과연봉제가 아니라 해고연봉제라는 비난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과정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성과연봉제의 도입을 노사합의 없이 진행해도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않아도 불법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에서는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취업규칙의 변경은 반드시 근로자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성과연봉제가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노사합의가 없어도 불법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성과연봉제는 인건비의 전체 비중을 높여서 성과가 우수한 근로자에게 기본베이스에서 더 지급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성과가 적은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해 성과가 좋은 근로자에게 더 주겠다는 일종의 제로섬 방식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불이익을 당하는 근로자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성과연봉제가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변경이 아니기 때문에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않아도 불법이 아니라는 정부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인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양대노총을 비롯한 덩치가 큰 노조들이 앞다투어 성과연봉제 도입을 반대하며 총파업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21세기에 어울리지 않는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금융노조의 총파업이 예정되어 있는 23일 하루 전날인 22일, 각 은행에서는 금융노조 총파업에 참여하는 노조원들을 조사하고 관리급 직원들이 1:1 면담을 통해 파업에 참여하지 않을 것을 종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일부 금융회사에서는 파업에 참여하는 노조원들의 명단을 제출하기 전에는 퇴근을 할 수 없다며 직원들을 반감금하는 웃지못할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형법상으로는 감금죄에 해당하며 파업불참을 압박하는 행위는 노동조합의 파업쟁의행위에 지배개입한 것으로 노동조합법 81조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법률 위반은 둘째치고라도 서비스 업종의 상부를 이루고 있는 금융업계에서 이러한 전 근대적인 방식을 동원하여 근로자의 합법적인 권리인 파업을 막으려 하는 것 자체가 아직도 우리나라가 노동문제에 있어서 얼마나 후진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는 지를 잘 대변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금융노조 총파업 돌입으로 인해 일부 시민들의 불편이 발생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금융노조의 은행파업이 불법파업도 아니며 합법적인 노동자들의 권리를 실행하는 것이며 그 파업의  목적이 우리나라의 노동분야에서 근로자들의 지위를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취지임을 감안한다면 다소간의 불편은 함께 감내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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